solo exhibition
캔버스에 바퀴를 달고 싶어
Wheels for the Canvas
2025.04.24.-05.11.
시청각 랩 AVP lab
《캔버스에 바퀴를 달고 싶어》는 작가 이은이 오랜 시간 연구해 오던 ‘움직임’이라는 회화 연구에 하나의 축을 더 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긴 전시이다. 전시는 제목 그대로 모든 캔버스 작품에 바퀴를 달아 벽이 아닌 지면이라는 새로운 회화의 지지체에서 움직임의 가능성을 발견하고자 한다. 작품들은 모두 관객의 동력을 얻어 작동하며, 매번 새로운 동선과 형태로 발자국을 남긴다. 관객은 전시를 함께 완성해 나간다. 작가는 ‘어린이 혹은 마음속의 어린이’를 위한 전시를 구성하고 관객은 전시장에서 작품과 관계하며 현재를 감각한다. 두 바퀴로는 지면에 온전히 설 수 없는 캔버스처럼 온 힘을 집중해 현재에 머물고자 하는 작가의 고민을 담은 본 전시는 “과거도 미래도 사라진 우리는 현재를 어떻게 감각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𝘞𝘩𝘦𝘦𝘭𝘴 𝘧𝘰𝘳 𝘵𝘩𝘦 𝘊𝘢𝘯𝘷𝘢𝘴 is an exhibition that adds another dimension to the artist’s long-standing exploration of “movement” in painting. True to its title, the exhibition features canvases equipped with wheels, shifting the support of painting from the wall to the ground, thereby opening up new possibilities for movement. Activated by the audience’s participation, the works leave behind traces in ever-changing paths and forms, transforming the exhibition into a shared experience between the work and its viewers.

Designed for “children—or the child within,” the exhibition invites visitors to engage with the works spatially and sensorially in the present moment. Like canvases that cannot stand still on two wheels, this project reflects the artist’s effort to remain grounded in the now through full concentration. Ultimately, the exhibition poses the question: “In a world where both past and future have vanished, how can we sense the present?”

Night party, 2025, acrylic, oil on canvas with 2 Wheels, 116.8x91.0cm

Sorry, 2024, acrylic, oil on canvas with cart wheels, 15.8x22.7cm

Weird, 2024, acrylic, oil, ink on canvas, 24.2x34.8cm

Look at THAT 1, 2023, acrylic, oil on canvas with butterfly wheels, 33.4x53.0cm

Painting Rainworm, 2025, acrylic on cotton with play tunnel, socks, 126.0x45.0cm

Roller Coaster Ride, 2025, oil, conte on canvas with easel, 112.1x145.5cm

그간 이은의 회화에서 움직임은 작업 외부의 조건이 아닌 내적인 구조로 작동해왔다. 그림에 등장하는 해묵은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들은, 그 자체로 특정한 움직임을 가시화했다. 흑백 필름에서 컬러 영화와 텔레비전을 거쳐 스마트폰 시대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초월해 살아남은 이들은 서로 다른 유년 시절을 보낸 여러 세대에게 비슷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이은은 공통의 과거를 품은 듯한 착각을 자아내는 캐릭터에서, 지난 시대가 투영한 미래의 현재를 보았다. 그리고 현재와 맞닿은 채 시간에 몸을 실은 유동적인 존재로 그들을 소환했다. 이는 캐릭터가 담지하는 빛 바랜 유토피아적 꿈을 현재에 재생시키는 일이기도 했다
(…)
그렇다면 일련의 사건을 관찰함으로써 이은이 닿고자 하는 곳은 어디일까? 어린이용 오디오 가이드로 비치된 사운드 작업에 또다른 단서가 있다. 화자로 등장하는 벌새는 날갯짓만으로 제자리에 멈춰서도 추락하지 않고 날 수 있는 유일한 새이다. 벌새는 말한다: “우리는 사실 모두 다 겁쟁이”지만, 그건 이상한 게 아니라고. “단단히 곤란한 일”이 닥치더라도 오늘 “우리가 여기서 만났다는 것”을 기억해달라고. 이 상냥한 목소리에서, 우리는 과거의 나를 돌보는 현재의 나를 만난다. 이은이 갖은 방법으로 현재를 감각하고자 애쓰는 까닭 또한 여기에 있다. 그는 쉽게 넘어지고 미끄러지는 바퀴 달린 캔버스에서 지금-여기를 딛고 서 있는 자신의 몸짓을 본다. 나아가 바퀴를 굴리는 관객의 발걸음에서 자신을 찾아왔던 존재들 – 이미 떠났거나 여전히 곁에 있는, 사랑하거나 미워했던 존재들 – 을 본다. 무수한 만남과 헤어짐 끝에 이은이 도착한 곳에는, 결국 몇 번이고 되풀이해도 다시 도래할 최선의 현재가 있다.

전시 서문 중, 글 모희(페리지갤러리 큐레이터)​​​​​​​